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2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말에 PC방 업계에 기적이 일어났다. OS 분야 세계 최대의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소상공인을 고려해 PC방 관련 탄력적 정책을 적용키로 공식 발표한 것이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표준을 앞세워 로컬에 대한 맞춤 정책을 내놓은 사례가 매우 드물며, 제한적인 일시 할인이나 저작권 캠페인 정도로 국한되어 왔다.
PC방 업계는 그간 여러 부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이견을 달리했고, 그 결과 수많은 고소고발과 시위로 얼룩진 아픈 과거를 남겼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과 오랜 반목을 뒤로 한 채 한국 소상공인을 위한 롤모델을 만들 계획을, 그것도 PC방을 중심으로 펼쳐나가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결과다.

물론 아직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만큼 PC방 업계의 관심이,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결단과 행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계란에 반응한 바위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수년간 PC방의 현실과 적합한 라이선스 출시를 줄곧 요청해왔고, 이 같은 목소리가 작고 힘없어 보였던 것과는 달리 결국 결과로 이어졌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창립 이래 수십년간 고수해온 글로벌 표준 정책을 상생을 위해 과감히 내려놓고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시작하는 용단을 보여줬다.

 

 

PC방 업계를 대변해 현실을 알리려는 목소리가 없었다면, 또 기업이 상생의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도출될 수 없는 결과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서로가 상생을 위한 논의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전향적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식 변화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한국 PC방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지난 1월 MOU 체결식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장홍국 상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이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앞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 MOU가 그 첫걸음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정해놓은 정책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당장 변화된 것들
마이크로소프트는 MOU 체결과 동시에 적용되는 사안들을 공개해 변화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PC방 업계로서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MOU에 대한 성실한 실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대화할 것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투영하겠다는 암시기도 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원키 정책 △운영형태와 무관하게 라이선스 일괄 적용 △유지보수를 위한 메인보드 교체 준용 △고소고발 지양은 MOU 체결 순간부터 적용되었으며, 법률자문 기구인 헬프데스크의 운영도 확정됐다.

헬프데스크는 법률 문제에 취약한 소상공인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해주는 공익기구의 성격을 갖게 되는데, 전 업종 가운데 PC 보유 및 활용률이 가장 높은 PC방 업계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며, 이와 같은 까닭에 PC방 업계의 현실이 가장 많이 또 제대로 투영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 행보 이어져
사실 MOU 체결 시점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간 반목의 깊이를 말해주듯 얼마나 가시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있었다. 원론을 언급한 MOU 문구들이 원론 주장으로만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MOU 체결과 동시에 적용된 정책들이 실재하며, 이후에도 가시적인 활동을 보여 일각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러브PC방 취재진에 해당 활동 내역을 공개하는 등 MOU 체결 전후부터 발 빠르게 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에 유통·공급 파트너와 회의를 갖고, 새로워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개선해나가기 위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윈도우 제품에 대한 공급 채널을 다변화하기 위한 고민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최초 공급자와 최종 소비자의 시선과 의견 외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의외로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MOU의 핵심 취지는 상생인 만큼 마이크로소프트와 PC방 업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파트너들도 함께 잘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투영된 행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 회의에는 사후 활용 방안도 논의되었다. 결론이 도출되었거나 획기적인 의견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MOU 체결 당시 중고 판매 시 이득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는 공언을 실천으로 옮겼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물론 당장은 부족함이 많지만 라이선스와 함께 PC를 중고로 내놓을 경우 해당 라이선스를 유지케 해 중고 보상가를 높이는 방안도 과거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PC방 업계는 곧 발족될 헬프데스크를 통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와 요구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장기적으로 소상공인과 한국 PC방 환경에 적합한 라이선스 개발이 가능해진 셈이다.

앞으로 바뀌게 될 것은 무엇인가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MOU 체결 현장에서 공언한 ‘10만 원 초중반 가격’으로 하향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게이밍 키보드 가격과 비슷하게 되도록 여러 방안을 통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낮춰간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고, 이 자리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임스 킴 지사장을 비롯해 아태담당자도 배석했던 만큼 분명 단계적으로 가격인하가 이뤄질 것이다.

가격인하와 어느 정도 연관된 것인데 라이선스 공급 다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그간 다양한 라이선스를 명문화된 기준으로만 적용해 기술발전에 따른 적용 대상 변경 등에 효과적인 대안 제시가 어려웠고 소상공인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적어도 PC방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끊기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파트너 회의를 통해 보다 나은 방안들을 꾸준히 모색해나간다는 점에서 라이선스 공급 다변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당장 기업 OEM과 SPLA를 PC방에 적용하는 방안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좀 더 다양한 라이선스가 더 폭넓은 채널로 공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 발굴의 몫은 PC방 업계와 유통 채널들에게 바통이 넘겨진 셈이다.

PC방에서 필연적으로 대량 발생하는 중고 PC의 가치 상승 및 활용도 다변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PC방은 큰 효과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영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이 사업부문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바위와 같은 공룡에 계란을 내리쳐야 했던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무모할 것으로 보였던 행동이 공룡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래야만 했던 소상공인들의 행동에 반응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결단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아직 매듭짓지 못한 것도, 더 확대해야할 것도 많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 꿰어진 만큼 앞으로도 PC방 업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생 노력은 잘 이어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PC방 업계의 현실을 얼마나 더 투영하여 라이선스 정책과 지원 정책을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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