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말 그대로 ‘잔인한 4월’이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의 PC 가동률은 20.09%로 2012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PC 가동률이 가장 낮은 4월이라지만 심각하다는 표현 밖에 할 수 없는 수치다. 이처럼 낮은 가동률은 PC방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업계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마저 감돌게 하고 있다.

이처럼 PC방 매출이 감소한 원인으로 한풀 꺾인 <오버워치>의 인기와 더불어 코인노래방이나 인형뽑기방 등 다른 업종의 흥행을 꼽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고객들이 PC방을 찾아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PC방만의 차별화된 환경이 점점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PC방의 초창기 산업이 활성화되던 때를 되짚어보자. <스타크래프트>의 흥행으로 빠르게 확산된 PC방은 인터넷과 컴퓨터 산업 전반을 이끄는 중추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일반 가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었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 콘텐츠가 넘쳐났으며, 화상채팅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발굴과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인터넷 속도는 오히려 집보다 느려졌고 PC방은 단순 게임방으로 전락하면서 게임사와의 관계도 역전되어버렸다. 여기에 더해 <리그오브레전드>가 오랜 시간 PC방 점유율을 독차지하면서 시스템 평균 사양마저 정체됐다. 최신이라지만 i3 프로세서 이하를 기반으로 한 PC를 도입하는 PC방도 적지 않다. 업그레이드에 수동적이 되고 PC 관리마저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최신 하드웨어 트렌드에 둔감해지고 있다.

낮은 성능의 PC방 PC에 실망한 성인 고객들은 고사양 PC를 구매해 집에서 나오지 않고, 경제력이 부족한 초중생들만이 남아있다. 고객 수는 줄었고 고객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다. 구매력이 약한 학생층이 PC방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요금 인상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정된 용돈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학생들에게 PC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방 흥행에 PC방 매출이 타격을 받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PC방 본연의 역할인 차별화된 멀티미디어 환경 제공을 위해 더 좋은 PC와 더 좋은 주변기기를 도입하는 PC방이 점차 늘고 있다. 144Hz의 트리플 게이밍 모니터, 프리미엄 게이밍존, 이스포츠 경기 전용석, 인터넷방송 전용석 등 일부 좌석의 설비를 고급화해 시설제공업으로써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런 프리미엄 설비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업계 선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PC방들이다.

소위 말하는 ‘선수’들이 이처럼 더 나은 시스템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새로운 고객 유입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존 유저풀에서 나눠먹기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시장을 키우고자함이다. 신규 설비에 투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PC방이 늘어나면서 더 비싼 요금에도, 혹은 좀 더 멀리까지도 찾아다니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장비에 민감한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이런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장비를 경험해보기 위해서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장비가 갖춰진 곳을 수소문해 찾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하는 PC방이 많지 않은 까닭에 최신 사양의 시스템을 도입한 PC방의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가격 문제로 보급이 더딘 VR만 봐도 이를 도입한 PC방의 경우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매장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콘텐츠와 하드웨어가 신규 고객 창출을 넘어 PC방의 이미지 제고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 먼저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고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지금의 정체된 PC방에서 새로운 설비에 대한 도입과 시험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 업계에서 멈춰 있는 것은 제자리걸음이 아닌 일보 후퇴이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 도태되기 십상이다.

유행은 우연히 생기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아이템과 콘텐츠를 도입한 경우 고객들 반응이 어떤지 수동적으로 살피는 것보다는 장점을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쪽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주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지금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사실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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