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3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아이러브PC방 사무실에는 매달 용산구청이 발행하는 신문이 도착한다. 구청에서 진행한 행사 후기부터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까지 용산 소식을 전하는데, 정독할 겨를은 없어 1년 내내 사무실 한켠에 쌓이다가 때가 되면 분리수거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지난달은 이 분리수거 시점이었다. 창간 19주년 특집 준비로도 바쁜데 먼지 쌓인 지역신문이나 치우고 있는 신세를 한탄하며 툴툴거리던 중 반쯤 찢어진 페이지에 ‘컴퓨터 연습실 무료 개방 안내’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용산 아이리스PC방을 운영하는 김용자 사장이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나 뭐라나… 자신이 가진 자원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것이니 요즘말로 재능기부인 셈이다.

PC방 커뮤니티에는 PC방 손님과 게임사 및 유통사에 대한 불만,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돈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PC방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자원봉사라니 꽤 낭만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이에 가끔 들르던 아이리스PC방을 찾아 김용자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용산 골목에서만 20년 동안 PC방 장사를 해왔다는 김용자 사장의 매장은 PC 51대다. 700대 매장이 등장한 판국이니 극소형 PC방인 셈이다. 이런 매장이 PC를 무료로 내어주는 것이 가능할까?

김용자 사장은 “요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상관없어요. 어차피 손님이 많지도 않은 월요일, 목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PC 연습실로 활용할 수 있으면 오히려 내가 기뻐요”라고 말했다.

한 동네에서 오랜 세월 PC방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는 김용자 사장은 기부나 봉사 같은 건 거창한게 아니라 각자가 능력껏 하면 되고, 큰 만족감으로 되돌아온다고 덧붙였다.

PC 무료 연습실을 열기 훨씬 전부터 동네에 보탬이 되고자 지구대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김용자 사장은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나니 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정보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신 분들이 눈에 띄었어요”라고 봉사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얘기했다.

이어서 “저는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이고 또 PC방을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PC방 업주로써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런 어르신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컴퓨터를 가르쳐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라고 했다.

비록 전문적인 교육은 아니지만 그 간단한 클릭을 어디다 대고 해야 할지 몰라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PC방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더욱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컴퓨터 무료 연습실을 운영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는데 바로 어르신들의 쑥스러움이 원인이었다. 원래는 여기가 무료 연습실이 아니라 엄연한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담스러움을 느낀다던가, 돌아서면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통에 진도가 안 나가니 민망한 마음에 재방문을 망설이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한다.

한편, 김용자 사장은 이런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PC방에 대해서도 ‘자신의 자랑이자 삶의 기쁨’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PC방은 짓궂은 애들부터 강퍅한 노인들까지 다양한 손님이 찾아오는데 오래 보고 있으면 모두 좋은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어요. 세대 간 갈등이 심한 요즘 시기에 이런 곳이 별로 없어요”라며 “이런 손님들과 만날 수 있는 내 직장 PC방으로 출근하는 일이 매일매일 즐겁습니다”고 말했다.

또 “너무 빠른 현실 때문에, 돈이 없어서 컴퓨터를 배우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 홀로 사는 외로운 어르신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한평생 일만 하신 분들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노인들을 ‘틀딱’이라고 배척하기 보다는 PC를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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