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면 생각나는 고포류 손님들 다 어디로 갔나
PC방에 퍼져있는 ‘돋보기’ 때문에 PC방 이용 꺼려

최근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고포류 게임을 즐기는 아저씨 손님들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PC방 고객층에서 고포류 손님은 언제나 소수였지만 그래도 PC방 업주에게는 유료게임비가 따로 나가지 않아 효자로 꼽혔다. 또한 고포류 게임의 특성 상 30대 이상의 아재 게이머가 다수 포진하고 있어 심야 시간대와 이른 오전 시간대 PC 가동률을 방어해주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낱처럼 이어져오던 고포류 아재 손님의 명맥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고포류 게임들의 점유율 총합은 지난 5월 기준 1.98%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이런 분위기는 게임사들의 PC방 서비스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게임, 넷마블, 피망, 엠게임 등 주요 고포류 포털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자동 충전’ 같은 인게임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오프라인으로 지급되는 쿠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44세)는 “PC방을 막 시작했던 2010년에는 고포류 손님들이 그래도 제법 많았다. 고포류 손님들은 매너가 없는 경우가 많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때는 이런 손님이라도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포류 손님이 급감한 원인으로는 일명 ‘돋보기’로 불리는 ‘뷰어’가 꼽힌다. PC방에 몰래 설치되는 뷰어 때문에 손에 든 패를 전부 읽히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고포류 게이머들이 PC방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뷰어를 걸러내는 시스템의 부재다. 뷰어가 나날이 기술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화하면서 PC방 업주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지만 뷰어 문제는 여전히 PC방 업주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PC방 관리프로그램 업체와 노하드솔루션 업체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하드솔루션 보급으로 PC방 시스템을 변조하고 조작하는 뷰어 설치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오직 관리자 아이디 해킹과 대리점이 뷰어 업체의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전부다.

그런데 노하드솔루션 업체들이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복수의 아이디를 동일한 비밀번호로 설정하거나, 뷰어 업체가 제시하는 금전적 유혹에 넘어가는 일부 대리점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뷰어를 PC방에 설치하는 일은 이론적으로만 불가능하지 실제로는 허점을 자주 드러내왔으며, 노하드솔루션의 원년이라고 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뷰어 일당이 무더기로 쇠고랑을 찼다는 소식은 끊긴 적이 없다.

노하드솔루션 업체 관계자 B씨는 “매일 PC방 사장님들을 만나기 때문에 뷰어와 관련한 고충을 잘 알고 있다. 또 노하드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 모두가 뷰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악의적인 해킹이나 일부 대리점들의 일탈 행위를 일일이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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