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4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년 사이 29%나 인상된 최저임금은 PC방을 비롯한 소상공인 업종 전체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했다. 인건비 부담에 의한 고용 감소는 물론 소비자의 얇아진 지갑으로 인한 매출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까지, 말 그대로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C방은 야간 부분 무인화에 대한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물론 아직 정답은 없다. 일부 PC방이 선도적으로 이런 저런 시스템을 적용해 시험해보고 또 개량해가면서 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런 가운데 무인화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동네 상권 그리고 소규모라는 조건의 PC방을 수소문하다가 최저임금이 급등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무인화를 시도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PC방을 소개 받아 인천으로 달려갔다.

동네 장사의 정석, 하지만 ‘익명’의 안타까움
PC방 사장님은 익명을 요구했다. 혹시 모를 속칭 민짜 작업 때문이라고 했다. 동네 상권에 44대 규모로 차려진 PC방은 12년 전 개업해서 7년 전 현재의 A 사장님이 인수한 후 지금까지 영업을 영위해오고 있었다. 지난 7년간 이웃사촌처럼 손님들을 대하다보니 초등학생으로 만났던 손님이 이제는 성인이 돼서 놀러올 만큼 동네 장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 까닭에 지난 2년 사이 관리프로그램 교체 과정에서 딱 한 번 야간 청소년 출입 문제가 발생했을 만큼 미성년자 출입 문제를 잘 관리해왔고, 이마저도 당시 정황이 참작돼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야간 청소년 출입 문제는 PC방 업계의 숙업이다 보니 소위 민짜 작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익명을 원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간 부분 무인화에 있어서는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청소년을 출입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명하는 불편을 우려했다. 기술적, 기계적 시스템에 의해 최대한 막으려 노력했고, 청소년이 위계 행위로 강제 출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정 동안 영업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화를 위해 카운터를 없애고 선불결제기와 라면 조리기를 설치했다

현재 야간 시간대는 CCTV와 전화로 확인하며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매장을 비울 때도 항상 CCTV로 매장을 확인하고 단골들과 전화로 소통하는 등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능동적인 집객·운용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동네 상권에 작은 규모라는 점에서 오히려 어릴 적 친구들과 자주 찾았던 아지트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취재 중에 A 사장님과 손님들이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고, 처음 보는 손님이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이를 먼저 발견한 손님이 선불결제기 위치를 알려주는 등 동네 상권에서나 가능한, 그리고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사람 냄새나는 PC방이었다.

“야간 부분 무인화는 손이 많이 간다. 정착까지 2년 걸렸다”
A 사장님은 야간 부분 무인화 실현에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손님들과 이웃사촌처럼 지내는데도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했다.

자신의 불안감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과 무엇보다 단골 유지 및 먹거리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24시간 상주하며 이용방법을 일일이 설명했고, 조금씩 무인 시간을 늘려갔다. 손님들이 익숙해지도록 안내하는 과정도 필요했고, 먹거리 판매 문제도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야간 부분 무인화 시스템은 동네 상권의 소규모에서나 가능하지 번화가 대형 PC방과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단언했다.

“손익 때문에 야간 부분 무인화를 한다고 해도, 결국 업주와 손님이 마주해야 오래 장사할 수 있다”며 기술적인 측면 보다는 고객관리와 상권에 맞는 운용 방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 계산부터 먹거리까지 모든 걸 알아서 하는 손님들

청소도 요령껏 신경써야
야간 부분 무인화에 필수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청소다. 아무리 주간 대비 새벽 시간대 손님이 적다고는 하지만, 치워지지 않은 자리가 많을수록 손님들의 거부감이 커지기 때문에 아예 단골 매장을 옮기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주의되는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실 나오 듯 이른 아침에 나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인근 주민 한 분을 고용해 아침 일찍 눈에 보이는 것만 간단하게 치우고,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업주가 출근해서 본격적인 청소와 영업 준비를 하기 전까지 어지럽혀진 환경만 없도록 해서 손님들의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최소화하도록 조절한 것이다.

야간 먹거리는 멀티밴더에
눈길을 끄는 것은 PC 44대 소규모 PC방에 다양한 음료와 과자, 라면 등이 들어있는 대형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야간 등 매장을 비워두는 시간대에 먹거리를 보다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중고지만 싸지 않은 멀티밴더를 구매하게 됐다고 한다.

무인화를 본격화 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카운터를 없애 공간을 확보한 후 멀티밴더를 설치했고, 전자레인지와 즉석 라면조리기를 비치해 끓인 라면을 비롯해 햄버거와 만두 등을 직접 조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기에는 집중적으로 판매 내역 통계를 확인해 내역을 조정했다고 한다. 고객 선호도 및 마진율 등을 고려해서 현재의 상품 구성에 이른 것이다. 현재도 최대한 마진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이제는 멀티밴더가 야간 매출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고….

▲ 다양한 음료와 라면, 만두까지 판매 가능한 대형 멀티 자판기

“몇 년 뒤도 대비해야”
A 사장님은 주변 학교의 학생 수를 언급하며, 몇 년 뒤에는 PC방의 예비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근 학교 축구부 선수가 해마다 십 수 명이 입학을 했는데, 매년 감소하다가 올해는 단 한 명이 입학했다면서 학생 수는 물론 전체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PC방은 성인 손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젊은 층의 놀이문화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젊은 인구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A 사장님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와 개량을 통해 야간 부분 무인화를 정착시켰듯이, 앞으로는 학생 수 감소를 대비할 무엇인가를 찾아서 시도해보겠다는 말에서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영업 마인드를 읽을 수 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낯익은 이웃사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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