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의식이 없다가 정신을 차린 PC방 업주가 요즘 PC방 게임 순위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듣도 보도 못한 게임이 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낯설어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게임의 장르가 MMORPG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MMORPG의 약세는 비단 PC방만의 현상은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PC방만의 현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온라인게임에서는 맥을 못추지만 모바일게임에서는 액션 RPG를 넘어서 최고의 인기 장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장시간 PC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MMORPG 대신 상대적으로 빠르고 짧게 플레이하는 AOS와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FPS가 PC방에서 득세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동시에 1인당 체류시간이 긴 MMORPG 게이머가 줄면서 PC방은 ‘장타 손님’이 줄었고 그만큼 가동률도 줄었다.

모바일 MMORPG들은 PC방을 주름잡았던 MMORPG들에게 없었던 무엇을 갖추었기에 이토록 잘 나가는 것일까? 모바일 MMORPG는 콘텐츠 측면에서 PC MMORPG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자동사냥을 지원하고 항상 휴대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특징이 장시간 플레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이는 MMORPG라는 장르에 대한 게이머들의 니즈가 아직도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최근 들려오는 신작 PC MMORPG 소식에 주목할 만하다. PC MMORPG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또 PC방 장타 손님은 얼마나 늘어날지 기대하게 된다.

우선 블루홀이 ‘프로젝트 W’라는 타이틀로 신작 MMORPG를 개발 중이다. 이번 지스타 2017에서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블루홀은 <테라>를 통해 탄탄한 MMORPG 개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공개된 정보는 극히 적지만 엔씨소프트 출신 PD가 지휘봉을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는 펄어비스도 MMORP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검은사막>으로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펄어비스는 신작 MMO 게임 4종을 오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4종의 타이틀 모두가 PC MMORPG는 아니고 하나의 작품만 PC 플랫폼으로 출시된다.

시야를 넓혀서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MMORPG까지 포함하면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넥슨이 지난 2011년 공개한 <페리아연대기>는 카툰 렌더링 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비주얼을 구현했고, 아이템 제작이나 건물 건축은 물론 자형도 편집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출시가 계속 연기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IMC게임즈가 지난 2015년 비공개시범테스트(CBT)를 진행한 <울프나이츠>도 기대작이다. <울프나이츠>는 공개 당시에도 이미 MMORPG의 약점으로 기나긴 플레이타임에 따른 부담을 의식하고 있었다. 캐릭터 생성, 레벨업, 아이템 습득, 스킬 선택, PvP 플레이라는 MMORPG의 정석적인 콘텐츠를 5시간 가량으로 압축한 것이 특징이다.

위에서 나열한 MMORPG들은 각자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중에서 어떤 작품이 PC MMORPG의 약점을 혁신하고 PC방에 새바람을 불어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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